해안가

  몹시 궁금했던 친퀘테레, 피렌체에서 당일치기는 생각보다 훨씬 빡센 일정이었다.

 

첫번째 마을 리오마조레역까지 데려다 준 기차 

  피렌체에서 이른 아침부터 움직인 결과, 아침 10시 남짓한 시간에 친퀘테레의 첫번째 마을인 리오마조레Riomaggiore까지 들어왔다.

 

리오마조레역 플랫폼 바로 앞 풍경

  마치 기차에서 막 내린 관광객들에게 여기가 어떤 곳인지 한마디로 설명하려는 듯 펼쳐진 이 바닷가 절벽의 모습은 꽤 멋졌다. 약간 높아진 기대를 안고 기차역을 나섰다.

 

사랑의 길Via dell'Amore 가는 길

  막상 역에서 나와보니 어디로 가야할지 어리둥절 했다. 생각해보면 친퀘테레에 가봐야겠다는 생각만했지 딱히 뭘 보고 오겠다는 계획은 없이 왔다. 주변을 두리번두리번 해보니 책에서 본 적이 있는 사랑의 길을 나타내는 듯한 표시가 있어 일단 방향을 잡았다.

 

사랑의 길이 포함된 친퀘테레 첫번째 하이킹 코스(현재 폐쇄)

  친퀘테레Cinque Terre는 5개의 마을이라는 뜻으로 총 5개의 해안가 마을 사이사이 하이킹(총 4구간)이나 기차, 유람선 중에서 이동방법을 선택해가며 구경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몇년 사이 가장 평탄하고 짧아 인기가 좋았던 첫번째 하이킹 구간(리오마조레-마나롤라)에 이어 두번째 구간(마나롤라-코르닐라)까지 천재지변으로 인해 폐쇄되면서 선택의 폭이 다소 좁아졌다(폐쇄된 길 이외에 다른 길이 있지만 더 길고 험하다고 한다).

 

걸어볼 만 해보이는 첫번째 코스

  나는 검색을 통해 이 길이 막혔다는 걸 알고 가서 큰 아쉬움은 없었는데 막상 가서 보니 쇠사슬로 잠긴 문 너머로 반듯하게 잘 닦인 해안가 절벽길을 걸어보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8년에 다시 오픈 예정이라고 하는데 과연...?

 

다시 리오마조레역 근처

  사랑의 길로 가는 막힌 길을 잠시 구경하고 도로 기차역 쪽으로 왔다. 다시 보니 리오마조레 중심으로 가는 길이 반대방향으로 뻗어있길래 그쪽으로 가보기로 했다.

 

리오마조레 중심Centro으로 가는 중

 

어디서 본 듯한 집들

  어둡고 긴 터널을 통과하고 나니 이제야 사진에서 얼핏 본 듯한 마을의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일단 큰 길을 따라 무작정 올라가보기로 했다.

 

와인과 레몬 등의 특산품들

  개인적으로 아말피 해안보다 레몬을 활용한 상품들이 부실하다고 느꼈다. 좀 기대했던 부분이라 아쉬웠다.

 

산조반니 교회Chiesa di San Giovanni Battista di Riomaggiore

  제법 큰 규모의 교회가 있었다.

 

교회 근처에서 본 바다

 

투어 참여자로 보이는 무리들이 여기서 사진을 찍고 있길래 나도 한번 찍어봤다.

 

길을 따라 계속 이동중

 

제법 큰 규모의 리오마조레 마을

 

리오마조레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좁고 가파른 길

  산비탈을 따라 다닥다닥 집을 세워서인지 마을 높은 곳에서 다시 중심으로 내려가는 길에 이렇게 좁고 가파른 길을 자주 만날 수 있었다.

 

리오마조레에서 가장 유명한 뷰를 보러 가는 길

  큰 마을을 어리둥절 상태로 계속 돌아다니다 아무래도 포인트를 잡아야겠다 싶어 기념품샵의 엽서 및 코팅사진 코너를 유심히 보았다. 쭈욱 살펴보니 대략 마을마다 하이라이트로 삼을 만한 뷰를 파악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아직 리오마조레의 하이라이트를 보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고 중심으로 중심으로 내려오다 이런 표시를 만났다.

 

좁고 가파른 길을 따라 하이라이트를 향해 가고 있다.

 

일단 바다를 만나 한숨 돌리는 중

 

저 왼쪽 끝에 사람들이 몰려있는 것을 보니 저기로 가면 될 것 같다.

 

리오마조레의 메인 뷰

  아마도 유람선에서 보면 좀 덜 답답한 뷰를 볼 수 있었겠다는 생각과 함께 리오마조레 둘러보기를 마무리했다. ㅋ

그리고 한 마을을 둘러보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려서(약 1시간 반) 슬슬 남은 4곳을 다 볼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두번째 마을 마나롤라Manarola

  두번째 마을 마나롤라까지는 기차로 이동했다. 이왕이면 맛있는 곳에서 점심을 먹고 싶어 검색 끝에 맛도 있고 뷰도 좋다는 Trattoria dal Billy라는 식당을 찾아갔다.

 

이렇게 높은 지대에 위치하고 있는 Trattoria dal Billy

 

절벽 바로 옆에서 식사 가능

  꽤 인기있는 곳이라고 들었는데 10월 평일 점심 때라 그런지 다행히도 빈 자리가 많았다. 그래도 창가 쪽 테이블은 커플들에게 양보하기로 하고 조용히 먹을 수 있는 안쪽 테이블에 앉아 주문을 했다. ㅋ 

 

Taglierini freschi alla Billy

  후레쉬 토마토와 새우, 잣과 함께 핸드메이드 면으로 만든 파스타로 파스타 메뉴 중 유일하게 가게 이름(Billy)이 들어갔길래 골랐다. 맛은 좋았는데 양이 너무 많았...

 

메인 메뉴 - 해산물 튀김

  막상 접시를 받았을 땐 성의없는 비쥬얼에 실망했는데 묘하게 중독되는 맛이 있었다. 지금은 파스타보다도 이 포슬포슬하고 부드러운 튀김이 더 생각난다. 다시 가도 이 메뉴는 주문할 것 같다. 와인 한잔까지 포함해서 총 36유로였는데 뷰까지 포함 꽤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점심 먹으러 여기까지 올라오다니-

  어쨌든 내려가면서 천천히 마나롤라를 구경하기로 했다.

 

산 로렌조 교회 Chiesa di San Lorenzo

내부가 궁금해서 한 번 들어가봤다.

 

산 로렌조 교회 내부는 꽤 소박했다.

 

마을 중심으로 내려가는 길에 만난 공터

 

좀 더 복작복작하고 사람냄새 나는 길

  중심가의 느낌은 리오마조레와 비슷했다.

 

동네 길을 지나 마나롤라의 하이라이트 뷰로 가는 중

 

  저 길을 따라 가면 마나롤라의 메인 뷰를 만날 수 있다.

 

오~

  이 뷰는 쫌 마음에 들었다. 바닷가를 따라 뻗은 길도 좋았고 길 끝에서 마주하게 된 마나롤라 마을의 모습도 좋았다. 좀 흐린 날이라 아쉬웠지만 친퀘테레의 대표 이미지를 직접 본 것은 나름 뿌듯했다.

 

길 끝에서 목격한 유람선

  기차 이외에 마을과 마을 사이의 또 다른 교통 수단인 유람선이 보였다. 나는 친퀘테레 카드 트레인(1일권 16유로, 친퀘테레 입구 라스페치아역~친퀘테레 다음 마을 레반토까지 2등석 기차 이용 무제한, 하이킹 코스 입장료 포함)을 끊었기때문에 별도 비용이 드는 유람선은 이용하지 않았지만 일행이 있고 좀 더 먼 거리에서 마을 전체를 한 눈에 보고 싶다면 유람선을 타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이제 다음 마을로 이동해야하는데 이 때가 벌써 오후 2시 40분이고 남은 마을은 3개, 아무래도 3곳을 모두 보는 것은 무리일 것 같아 가장 작고 가파르다는 세번째 마을 코르닐랴Corniglia를 건너 뛰고 바로 네번째 마을인 베르나차로 가기로 했다.

 

네번째 마을 베르나차Vernazza

  베르나차역에서 내려 또 다시 많은 사람들과 함께 큰 길을 따라왔다. 밥 먹고 좀 걷고 네번째 마을까지 왔으니 나름 마음의 여유가 생겨 젤라토를 먹기로 했다. ㅋ

 

번화가에 있는 젤라토집

사람이 많길래 그냥 들어갔다.

 

피스타치오 & local lemon

  산지미냐노에서 세계챔피언의 피스타치오맛 젤라토를 맛 본 이후 피스타치오 맛은 디폴트로 두기로 했기때문에, 나머지 하나의 맛을 고르면 됐는데 이 지역 레몬맛이라는 표현에 끌려 레몬맛을 골랐다. 꼬소하고 시원 상큼한 조합이 완전 딱 좋아서 이 이후 들른 모든 젤라토집에서 피스타치오 & 레몬맛으로만 먹고 다녔다.

 

베르나차의 메인 뷰로 가는 길

  저 아래 베르나차에서의 첫 사진을 찍었던 작은 항구가 보인다.

  

친퀘테레 카드를 이용해 들어온 하이킹 코스(베르나차-몬테로소)

  친퀘테레를 돌아다니면서 처음으로 친퀘테레 카드를 보여주고 하이킹 코스로 들어왔다.

 

베르나차의 메인 뷰

  베르나차는 보통 이 곳에서 보는 모습으로 소개가 된다. 흠- 나름 보는 맛이 있다.

 

좀 더 길을 따라 가봄

  여기까지 와 보니 저 반대쪽 탑에서 보는 뷰가 궁금해졌다. 구글맵으로는 도저히 파악이 안돼서 왔던 길을 도로 내려가 마을 중심에서 방향을 잡아보기로 했다. 

 

무작정 오르막길을 따라 가는 길

  저 멀리 원래 가려고 했던 탑이 보이는 걸 보니 방향을 잘못 잡은 것 같다. ;;

 

오~

  일단 올라왔는데 이쪽도 나름 엽서로 많이 팔리고 있는 뷰였다. 바로 옆에 전문가들이 설치해놓은 삼각대도 꽤 보여서 더 뿌듯했다.

 

번화가 옆 자갈밭 해변

  아까 젤라토를 먹었던 해변이 보였다. 내가 구입한 젤라토집 바로 옆에 어둡고 짧은 터널이 있었는데 통과해보니 이 해변가였다. 한 30분정도 젤라토를 먹으며 노닥노닥 했었는데, 위에서 보니 반가워서 찍어봤다.

  여기까지 오후 4시 50분, 원래 가려했던 탑은 포기하고ㅋ 다음 마을인 몬테로소로 향했다.

 

다섯번째 마을 몬테로소Monterosso

역에서 나온 많은 사람들과 함께 번화가로 보이는 왼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자그마한 광장 앞 시계탑

  친퀘테레 다섯 마을 중 제법 큰 마을이라고 들었는데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굉장히 조용하고 상권도 그닥 큰 느낌이 없었다.

 

골목 안으로 들어가 봄

 

레스토랑은 좀 있는 듯

  사람도 가게도 많지 않았다. 아마도 물놀이 할 계절이 아니라 나름 큰 해변을 끼고 있는 이 곳이 조용했을 수도 있지만 잠시나마 여기에 숙소를 잡을까 고민했던 것을 떠올리며 여기에 묵지 않는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다(조용하고 재미없...).

 

물놀이할 사람 아니면 몬테로소는 안와도 될 듯

  상점이 많다길래 레몬을 활용한 특산품이나 기념품샵이 많을 줄 알았는데 내가 본 몬테로소는 전혀 그렇지 않아서 많이 아쉬웠다.

 

 

다시 몬테로소역으로 돌아가는 중

  여행뽐뿌를 자극하는 대한항공 CF로 알게 된 친퀘테레는 그동안 계속 궁금한 곳이었다. 랭킹에 약한 나에게 유럽에서 한달동안 살고 싶은 곳 1위로 뽑혔다는 타이틀은 계속 이곳에 가봐야 한다는 강박(!)같은 것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막상 가보니 생각보다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다. 그닥 조용하지도 시골스럽지도 않고 그렇다고 매력적인 특산품이 많거나 다양한 기념품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혹시 계절때문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다음에 다시 기회가 닿으면 더 따뜻하고 빛이 예쁜 계절에 마나롤라-코리닐랴-베르나차 이 세곳만 다시 돌아보고 싶다. 바닷가 마을은 따뜻한 계절에 둘러보는게 진리이니 다시 보면 내가 이번에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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