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박 5일동안 피렌체에 머물면서 둘러본 이야기, 첫날-

 

피티 궁전Palazzo Pitti

  피렌체에 도착하자마자 숙소에 짐만 던져놓고 바로 나왔다. 가장 먼저 향한 곳은 피티 궁전. 지난번에 피렌체에 왔을 때는 우피치 미술관만 갔는데 알고보니 피티 궁전에도 좋은 작품이 넘친다길래 보고싶어졌다. 사실 댄 브라운의 소설 인페르노에 나왔던 곳이기도 해서 겸사겸사 갔는데 영화화된 인페르노에 실제로 등장한 보볼리 정원은 미술관과 별도로 입장료가 10유로라길래 조용히 접고, 13유로의 팔라티나 미술관+로얄 아파트먼트+현대 미술관 이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나폴레옹의 욕실

  처음에는 피티 가문의 소유였고 이후 라이벌 가문인 메디치가에 매입되었다가 나폴레옹이 사용하기도 했고 지금은 국가에 귀속되어 복합 박물관으로 기능을 하고 있는, 나름 파란만장한 역사를 자랑하는 피티 궁전에서 제일 먼저 만난 인상적인 곳은 나폴레옹의 욕실이었다. 설명을 자세히 읽어보면 나폴레옹이 있을 때 만들기 시작했지만 아마도 사용은 안한 것 같은데, 어쨌든 그의 이름이 붙어있는 공간을 만나니 신기했다. 가만 보면 유럽 곳곳에 깨알같이 흔적이 많으심-

 

전시실 중 하나인 프로메테우스의 방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딴 방마다 빼곡히 그림이 들어차있었다. 이렇게 작품으로 빽빽한 공간을 처음 봐서 초반엔 어리둥절하기도 했다.

 

카라바조의 잠든 큐피드

  팔라티나 미술관이 처음부터 작품전시를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 아니라 그런지 방 곳곳에 커다란 창문이 있는데, 그 창문들을 통해 자연광이 고대로 들어와 그림에 반사되어 아쉬웠다. 작품 위치에 따라 절반이상 하얗게 보이기도 했다. ;;; 이 작품도 이 까만 배경이 빛때문에 거울처럼 작용해서 그림을 통해 내 뒤에 있는 사람이 보일 정도였다. 컬렉션은 눈부신데, 환경땜에 진짜 눈이 부심(?)...

 

라파엘로의 대공의 성모Madonna del Granduca 모작@.,@

  팔라티나 미술관은 좀 귀여운 점이 있었는데, 대여로 빈 유명 작품의 자리를 대체품으로 꼭 채워둔 것이다. 이 사진 속 대공의 성모도 라파엘로의 원본을 모스크바 푸쉬킨박물관에 대여해주고는 이렇게 다른 사람이 그린 모작으로 채워놓았다. 흑백의 작은 사진과 함께 메시지만 틱 써놓은 파리 루브르박물관보다 나은 것 같기도 하고 모작을 보는게 위로가 되는건지 아닌지 헷갈리기도 하고... ㅋ 또 다른 라파엘로의 유명작 에스겔의 이상도 대여로 자리를 비웠는데 이 작품은 아예 다른 작가의 작품으로 채워놓고 메시지를 써놓았다. 아쉬웠지만 나름 성의있는 대처를 하는 곳 같아 신선하고 기특했다. ㅋ

  

라파엘로의 발다키노의 성모

  이렇게 높은 구석에 걸려있는 그림일수록 빛이 잘못 들면 특정 부분을 계속 빛땜에 볼 수가 없다. ;; 이 작품 포스있었는데 이 눈부심 정말 아쉬웠음-

 

오~ 팔라티나 미술관의 수퍼스타, 라파엘로作 의자의 성모

 

메디치가의 회화컬렉션들과 자연스럽게 섞여있는 칼 라거펠트

  패션 문외한인 나로서는 빅뱅 지드래곤과의 투샷 사진으로 더 익숙한 칼 라거펠트의 특별전이 열리고 있어 팔라티나 미술관 전시실 곳곳에서 그의 작품을 볼 수 있었다. 이런 곳에서 작품을 만나니 저분이 좀 더 대단한 사람같아 보였다. ㅎ

  

라파엘로의 베일의 여인La donna velata

  라파엘로의 정부를 모델로한 작품이라는 썰(!)이 있는 이 그림은 실제로 로마 바르베리니 궁전에 있는 제빵사의 딸La fornarina이라는 작품과 인물이 무척 비슷하다. 이 그림이 좀 더 예쁘긴한데 눈코입의 특징을 보면 아마도 같은 사람인 것 같다. 특히 머리에 있는 진주장식이 결혼식날 착용하는 것이기때문에 라파엘로가 정부에 불과한 애인을 위로하기위해 그려줬다는 걸 MBC 서프라이즈에서 봤던 것 같기도(로마의 La fornarina 관련 에피소드였는데 잘 보면 두 작품 모두 머리에 진주장식을 하고 있다).

 

(비교용) 로마 바르베리니 궁전에 있는 라파엘로作 제빵사의 딸La Fornarina

 

가운데 제일 큰 작품이 루벤스作 전쟁의 결과

 

티치아노의 막달라 마리아

  베네치아에서 성 라우렌티우스의 순교라는 작품을 통해 매우 강렬한 인상을 받아서인지 이후 티치아노의 작품이라면 한번씩 더 눈이 갔다. 이 작품은 막달라 마리아를 표현한 작품인데 로마 도리아 팜필리 미술관에 거의 똑같은 작품이 있어 찾아봤더니 티치아노 스스로 여러번 같은 주제로 그렸다고 한다. 도리아 팜필리 미술관에는 옷 입은 버전과 옷 안입은 버전이 같은 공간에 걸려있으니 이 그림에 관심이 깊으신 분 참고하시길-

 

귀도 레니의 클레오파트라

  예전에 클레오파트라를 소개하는 자료화면에서 본 기억이 있다. 이집트 사람인 그녀를 너무 하얗고 창백하고 유럽인스럽게 그려 놓아서 약간 황당하면서도 예쁘게는 그려놨네 싶었는데, 예상치도 못했던 곳에서 만나니 반가웠다. 

 

작품으로 빽빽하게 들어찬 전시실

  팔라티나 미술관, 전시실 벽마다 빽빽하게 그림이 들어차있어 한마디로 빡세다. 유명한 작품도 많은 편이라 다른 미술관하고 같은 날 오면 그림 소화불량(?)에 걸릴 것 같으니 다른 미술관하고 같은 날 보는 것은 삼가기를 권하고 싶다.

 

로얄 아파트먼트

  베르사이유의 궁전이 생각났다. 부유함 뿜뿜-

 

카라바조의 이뽑는 사람Il Cavadenti

  카라바조 그림치고 흐릿해서 지나갈 뻔 했는데 상황이나 인물들의 표정이 너무나 카라바조스러워서 들여다봤더니 액자에 Michelangelo Merisi, detto Caravaggio라고 써있었다. detto가 ~라 불리는 이런 뜻(feat. 네이버사전)이니 카라바조의 본명이 미켈란젤로 메리시라는 얘기. 어쨌든 이번에도 너무나 연극의 한 순간, 극적인 한 장면을 딱 집어낸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읭? 피렌체에 암굴의 성모??

  파리와 런던에 하나씩있는 암굴의 성모가 피렌체에도 있어 깜짝 놀랐는데 자세히 보니 런던에 있는 암굴의 성모의 모작같았다. 사이즈도 작고 액자에 Scuola Fiorentina ⅩⅥ라고 써있었는데, 그냥 되게 이 작품이 갖고 싶었나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ㅎ

 

보볼리 정원 살짝 맛보기

  전시관을 지나가는데 창 밖으로 보볼리 정원이 살짝 내려다 보였다. 영화 인페르노에서 생각보다 비중이 적게 나와 아쉬웠는데, 다음에 가면 맑은 날 가봐야겠다. 10유로나 받는데 이유가 있겠지... ㅋ

 

무척 아름다워서 일단 찍어온 초상화

  한눈에 봐도 헉! 소리나게 예쁘길래 혹시 오스트리아의 황후 엘리자벳이 아닐까 싶었는데 포스팅 하기 전에 자료를 찾아보니 역시나 그녀가 맞았다. 당시에도 아름답기로 유명했다고 하는데 남아있는 초상화를 보면 요즘 기준으로도 너무나 미녀다. 그녀의 인생 자체는 너무나 드라마틱하지만 이를 바탕으로 만든 뮤지컬 엘리자벳이 지나치게 노잼이었기때문에 오스트리아에 대한 흥미를 싹 잃어버렸는데 이렇게 초상화를 보니까 그녀가 살았던 공간이 궁금해진다. 음... 역시 난 외모지상주의자...ㅎㅎ

 

현대 미술관에서 유일하게 흥미있던 작품

  티켓이 팔라티나 미술관+로얄 아파트먼트+현대 미술관 이렇게 통합권이라 현대 미술관도 잠깐 둘러봤는데 역시나 그닥 나와 맞지 않았다. 걔중에 파리 노트르담을 담은 작품이 있어 반가운 마음에 한 컷-

 

기념 엽서

  처음 가는 미술관에서 본인이 가진 정보가 많지 않을 때, 이렇게 기념 엽서를 미리 보면 관람에 도움이 된다. 해당 미술관에서 인기있는 작품을 미리 알 수 있어 관심이 적은 사람도 덜 지루하게 관람할 수 있고 동시에 놓치면 안될 작품을 미리 찜해둘 수 있어 알찬 관람에도 도움이 된다. 이날 내가 실물을 보지못한 두 작품(라파엘로作 대공의 성모, 에스겔의 이상)이 모두 엽서로 나와있길래 아쉬운 마음에 우는 얼굴의 스티커를 붙여보았다. 다음에 기회가 있겠지...?

 

비오는 베키오 다리

  피티 궁전이 베키오 다리 근처라 지나가다 한장 찍었다. 빗줄기가 점점 굵어지는 와중에 금빛 보석상들에 제대로 조명이 들어와서 이 풍경이 예뻐보였다.

 

창가쪽에 앉아 맞은 편에 있는 피렌체의 초 유명 카페 질리 바라보는 중 

  저녁을 먹으러 유명한 레스토랑을 가려다 비가 너무 심하게 내려 중간에 가까운 레스토랑으로 들어왔다. 그냥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레스토랑인가보다 싶고 구글맵 레스토랑평이 많이 엇갈리는 집이었는데 걔중에 한글평은 또 좋은 편이라 일단 들어왔다. 이날 끼니를 변변치않게 때워서 저녁은 좀 제대로 먹자하고 티본스테이크 코스로 시켰다. ㅋ

 

채소수프와 레드와인

  비쥬얼은 좀 아쉬웠지만 토마토베이스라 맛은 좋았다(전채요리는 받자마자 먹느라 사진이 없음ㅋ). 특히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는 바람에 으실으실 추웠는데 원기회복에 큰 도움이 되었다.

스테이크 기다리는 중

  어이없이 많이 오는 비가 야속하기도 하고 하늘빛은 예쁘고 그냥 이렇게 한장 찍어보고 싶었다. ㅋ 

드디아 스테이크 등장!

  이 스테이크 생각보다 엄청 맛있었다! 기대치가 낮기도 했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안짜고 고기도 적당히 익혀주고 좋았음- 피렌체 티본이 기본 단위가 1kg인 집이 많아서 혼자 티본스테이크를 먹기가 쉽지 않은데 생각없이 온 집이 의외로 괜찮아서 완전 기분이 좋아졌다. ㅋㅎㅎ

에스프레소+디저트

  코스로 디저트까지 다 챙겨먹었다. 고기는 남겨도 케익들어갈 공간은 또 있... ㅋ 35유로정도 냈던 것 같은데 가격대비 완전 대만족이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너무 폭우가 쏟아져서 엄청 지쳤는데 그나마 든든한 저녁식사가 큰 버팀목이 되었다. ㅋㅋ 사실 이 레스토랑(가게 이름 Giubbe Rosse) 관련해서 구글맵 평가에 별 하나짜리도 꽤 많은데 역시 타인의 평가는 "참고"만 해야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난 완전 좋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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