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미냐노

 

내 가이드북에는 산지미냐노가 없다. 이 곳은 전날 베네치아에서 체크아웃할 때, B&B 주인아주머니 내 다음 목적지를 들으시고는 본인이 여행가봤던 곳 중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며 피렌체에서 멀지않으니 꼭 가보라고 SAN GIMIGNANO 이렇게 메모지에 적어주셔서 알게 됐다. So beautiful, view, fantastic 뭐 이런 단어들에 감정을 잔뜩 실어 설명하시는데 아니 도대체 얼마나 좋길래 싶기도 하고 진짜 궁금해졌다. 피렌체로 오는 기차에서 검색을 해보니 사진만 보면 피렌체, 시에나 뭐 이쪽 동네 느낌인 것 같고 후기를 보면 특정한 볼거리보단 동네 자체를 산책삼아 다니는 곳같아 피렌체에서 묵는 4박 중 비 안오는 날 가야겠다 요렇게만 정해뒀는데, 빨래하며 휴식을 취할 예정이었던 이 날 비로 점철되어있던 일기예보가 맑음으로 급변하면서 이리저리 서두르면 반나절코스로 딱 볼 수 있겠다 싶어 급하게 건조기에서 꺼낸 빨래를 방에다 던져놓고 구글맵을 따라 버스를 잡아타고 산지미냐노로 갔다.

 

산지미냐노 입구 앞 레스토랑뷰

  산지미냐노는 들어가는 길부터 설렜다. 밀라노, 베네치아, 피렌체, 로마로 이어지는 대도시 위주의 뚜벅이 여행자로서 만날 엄두도 내지 못했던 토스카나의 포도밭 풍경이라니- 특히 본격 관광이 이루어지는 동네가 언덕 위에 올라있다보니 주변의 포도밭+나무+초원을 두루 내려다 볼 수 있어 정말 좋았다. 관광객들이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다들 이쪽을 향해서 감탄하고 사진찍고 난리였다. 실제로 기분이 막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산지미냐노 초입

  여기 들어서자마자 완전 잘 왔어!!!! 하고 신나서 두리번두리번 감탄했다. 중세시대 모습이 많이 남아있는 동네라고 들었는데 진짜 영화 세트장에라도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차분하면서도 적당히 복작이고 마을에 들어서는 한발한발이 두근두근했다. 저 앞에 검은색 후드를 뒤집어쓴 사제가 지나가도 아무렇지도 않을 듯한 이 곳의 느낌이 신기하면서도 묘했다.

 

와인 & 파스타를 취급하는 상점

 

토스카나 느낌 물씬 풍기는 도자기

  이렇게 밝고 화려한 느낌의 도자기들이 나름 독특한 매력이 있다. 내 기분까지 밝혀주는 것 같았다.

 

하나 집어올까 싶었던 토스카나 풍경을 담은 벽걸이 접시

  이런게 여행 갔다오면 하나씩 있어야하는데 다 조금씩 다르고 예뻐서 하나 고르는게 너무 어려워서 그냥 돌아섰다. 고르는 건 너무 힘들어-ㅜㅜ

 

피렌체, 시에나 등 주변 도시까지도 아우르는 냉장고자석들

 

한 길을 따라 쭉 올라가는 중

  정문(?)으로 보이는 커다른 문을 통과하여 이어진 하나의 길을 따라 쭉 올라왔다. 원래 모르는 곳에서는 사람들이 많이 가는 길을 따라가면 중요한 것들이 나오게 되어있다.

 

올라온 길을 뒤돌아보는 중

  직접 그린 그림을 취급하는 갤러리도 있고 앞서 사진으로 소개한 기념품점, 식료품점, 레스토랑, 가방 & 옷 가게 등 다양한 상점들이 있었다. 가게들이 아기자기하고 구경할 거리가 많아 이 길이 더욱 좋았다.

 

산지미냐노의 상징인 탑

  중세시대 로마를 향한 순례길의 중간도시로 많은 사람이 북적였던 산지미냐노는 인근의 부유한 세력이 몰리면서 세 과시를 위해 각자 높은 탑을 경쟁적으로 세우기 시작했고 한 때는 70여개가 넘는 탑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유럽 전역을 휩쓴 흑사병을 피할 수 없었고 인구의 절반 가까이 사망하면서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고 탑들도 점차 줄어 현재는 12(or 14, 글에 따라 숫자가 다름)개의 탑만 남았다고 한다.

  

첫번째 광장이자 산지미냐노의 메인 광장 Piazza della Cisterna

  좁은 길을 따라 올라오다 처음 만난 넓은 공터, 숨이 탁 트이는 느낌이었다. 마침 여기서 반가운 가게를 만날 수 있었는데 젤라토 세계챔피언을 두번이나 한 사람이 운영하는 젤라토 가게다. 바로 오른쪽의 Gelateria Dondoli라는 곳이다.

 

Dondoli에서 줄 서서 기다리는 중-

  줄은 길었지만 종업원들 간에 분업이 확실하게 이루어져있어 줄이 착착 줄었다. 단, 워낙 급하게 돌아가니까 메뉴 고를 시간이 충분치 않았는데 그 와중에도 어느 나라에서 왔냐고 물어봐주고 웃으면서 한국어(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보다 어려운 말이었는데 기억이 안난다...ㅋ)로 말하면서 건네주는데 신기하고 반가웠다.  

 

딸기 & 피스타치오맛 월드챔피언의 젤라토 ㅋ

  딸기는 so so였는데 피스타치오가 완전 세상 찐한 맛의 피스타치오였다. 목이 마를 정도로 진한 맛이었는데 음~~ 맛있었다. 이 이후 다른 도시에서도 어느 집에 가든 피스타치오는 무조건 맛봤는데 여기가 최고 진하고 맛있었다.

 

한 때 마을 주민들의 식수를 책임졌다는 오래된 우물

  가이드북이 있으면 이 우물이 언제 만들어졌는지 사람들이 왜 이렇게 몰려서 사진을 찍는지 써있을 것 같은데 거의 정보가 없으니 답답했다. 마침 2시간의 휴식시간을 마치고 인포메이션 센터가 다시 열릴 시간이라 다른 사람들과 같이 줄을 섰다.

 

볼거리를 표시해준 지도

  인포메이션 센터(구글맵 검색시 Pro Loco San Gimignano) 직원에게 몇군데 가볼 만한 곳을 알려달라고 하자 어떤 종류를 원하냐고 물었다. 예상치도 못한 질문이라 별 상관없다고 했더니 박물관이랑 교회부터 알려줘서;;; 미안하지만 뷰포인트로만 알려달라고 해서 쭈~욱 소개를 받았다. 지도에 표시해주면서 각각 어떤 곳인지 알려주고 또 지도 자체에도 짤막하게 영어로 설명된 부분이 같이 있어 무척 도움이 되었다. 

 

와인 마시러 가는 길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가장 가까운 뷰포인트에 마침 와인박물관(유료 시음 가능)이 있어 바로 갔다. 이 사진은 계단 올라가다 돌아보며 찍은 컷-

 

와인 한잔 들고 볼 수 있는 풍경

  와인박물관은 무료시설로 소박하고 알짜(?) 시설은 와인 테이스팅 공간이다. 화이트, 레드, 디저트 와인으로 구분해서 총 5종류인가 있었는데 다 드라이한 편이라고 해서 디저트 와인(한잔 6유로)으로 마셨다. 이건 20도짜리인데 괜찮겠냐고 해서 괜찮다고 했는데도 혹시 모르니까 살짝 맛보라고까지 하는데 당연히 괜찮았다. ㅋㅋ 달짝지근하고 공복에 마시기 딱 좋았음- ㅋㅋ

 

Rocca di Montestaffoli에서 한 컷

  와인 박물관 바로 뒷편에 있는 14세기 때부터 있었던 요새이자 뷰포인트인 Rocca di Montestaffoli에서 한 컷. 계단을 이용해 올라갈 수 있어 주변 나무를 내려다보는 정도의 높이에서 주위를 내려다 볼 수 있다.

 

Rocca di Montestaffoli에서 다른 방향을 보며 한 컷 더

  도착하고나서 몇번 비가 더 흩뿌렸는데 고맙게도 무지개가 떴다. 사진에 찍힐 정도로 나름 선명했는데 이 시골스럽고 평화로운 풍경에 무지개까지 뜨니 말그대로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다른 길 가보는 중

 

메인 광장에서부터 쭉 이어진 나름 중심가

 

치즈전문점

 

토스카나풍 도자기점

 

산책중

 

산책중

 

산책중

 

두오모광장

돌아다니다 다시 이 곳으로 왔다. 메인 광장과 바로 옆에 위치한 곳으로 가운데 높은 탑이 실제 이곳 탑들의 높이 제한용으로 쓰인, 즉  산지미냐노에서 가장 높은 탑인 Torre Grossa이다. 원래는 유료로 개방해서 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있는데 이날 비가 흩뿌려서 일찍 닫는 바람에 올라갈 수 없어서 안타까웠다.

 

다시 방황중

 

이렇게 맑아지기까지 하고 정말 변화무쌍한 날씨였다.

 

마을을 가로질러 끝까지 가보자 싶었는데 이런 예쁜 도로가 나왔다.

 

나도 이런 길 달려보고 싶다.

 

다시 뚜벅이의 본분으로 돌아와 걷는 중-

 

옛날 느낌이 나서 한번 찍어봄-

 

마을벽 바깥 워킹투어 코스로 나왔다.

 

벽을 따라 반듯하게 닦인 돌 길

 

또 다시 수도사를 만날 것 같은 기분-ㅋ

 

저렇게 톡톡 튀어오른 스카이라인이 산지미냐노의 특징이라고 한다.

 

점점 해가 넘어가는 중

 

마을을 크게 돌아 입구 가까운 쪽으로 왔다.

  다들 하루를 마무리하며 다시 한번 토스카나 포도밭(↓아래 사진 참고)을 바라보고 있다.

 

바로 윗 사진에서 사람들이 보던 풍경이 바로 이쪽

 

가까이서 산지미냐노의 상징이라는 탑들 한 번 더 올려보는 중

 

아- 떠나기 싫다-

 

정문을 향해 나가는 중

 

돌아가는 버스정류장에서 본 마을벽 바깥쪽은 이런 느낌

 

입구에 있는 레스토랑 해질녘 뷰

  여기서 저녁을 먹을까 하다가 음식평이 많이 안좋아서 접었다. ㅋ 어쨌든 전망만은 최고- 일행만 있으면 맛이 없어도 그냥 앉아있는 것만으로 좋을 것 같은 그런 곳이었다.

  아... 산지미냐노 정말 완전 최고 좋았다. 이태리 화가들 회화 관련, 배경에 토스카나 풍경을 그려넣었다는 설명을 볼 때 그냥 사진이나 영화에서 본 이미지만 매칭을 시켰었는데 실제로 보니까 훠우~~ 정말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평화롭고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왜 그렇게 꼬박꼬박 그려넣었는지 이해가 될 정도- ㅎㅎ 다음에는 포도밭까지 내려가서 더 깊이 산책하고 여기 물건도 좀 더 구입하고 더 긴 일정으로 와서 여유롭게 푹 쉬며 머물고 싶다. 산지미냐노 완전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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