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스위스에서의 5박일정 중 체르마트에서는 1박만 묵었는데, 다행히 도착한 날과 떠나는 날 모두 날씨가 좋았다. 첫날 고르너그라트 일정이 무척 성공적이었기때문에 여행분위기가 상당히 업된 상태여서 둘쨋날 일정에 대하여 부담을 가지고 폭풍검색을 하다가 숲과 호수가 어우러진 가운데 마테호른이 보이는 아름다운 사진을 발견했다. 마테호른의 인기 하이킹 코스라는 5개 호수길 그린드예호수의 사진이었다. 고르너그라트 근처의 리펠호수는 다소 삭막한 모습이었기때문에 뭔가 좀 더 이상에 가까운 풍경을 볼 수 있을거라는 기대 속에 수네가전망대와 로트호른전망대, 그리고 그 사이에 놓인 5개호수길 하이킹을 둘쨋날 코스로 정했다.

 

 

 

 

이제 동네에서 봐도 안어색한 마테호른

 

수네가전망대로 가는 역도 고르너그라트에 갈 때처럼 번화가에서 걸어갈 수 있다.

 

 

 

 

수네가전망대에서 본 마테호른

 

  수네가전망대는 뭐 적당히 높고 바로 옆에 규모있는 레스토랑이 있어 편리하다. 사실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아래쪽에 있는 라이호수!

 

 

 

 

라이호숫가 나무의자에 누워 작품활동에 여념이 없는 아빠와 천천히 오고 있는 엄마

 

  날씨도 좋고 주변도 아름답고 그냥 몇시간 누워만 있다 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날 코스 통틀어 엄마아빠가 가장 만족했던 곳이 바로 여기, 라이호수(Leisee)다. 

 

 

 

 

라이호수에 비친 마테호른

 

  5개호수길을 꼭대기부터 내려오면 라이호수가 다섯번째인 마지막 호수다. 어차피 다시 오게 될 곳이지만 아침에 와야 호수에 비친 마테호른의 반영을 선명히 볼 수 있다고 하길래 일부러 먼저 들렀다. 아침 특유의 조용한 분위기와 맞물려 체르마트에 있는 시간을 통틀어 가장 행복한 경험이었다.

 

 

 

 

사진 오른쪽은 수네가전망대로 가는 푸니쿨라

 

  여기를 다녀오고 우연히 꽃보다할배 재방송을 보다가 꽃할배 일행이 악천후때문에 헬기투어를 망친 에피소드의 장소가 여기라는 것을 알게 됐다. 화면 속의 라이호수는 날이 흐리고 비바람이 불어 춥고 삭막하고 살벌하기 그지없었지만, 맑은 날의 모습은 이렇게 평화롭고 아름답고 행복하다. 괜히 스위스관광청에 감정이입해서 얼마나 안타까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ㅎㅎ

 

 

 

 

수네가전망대 & 라이호수 부근은 상대적으로 낮은 지대(해발 2288m)라 그런지 윗쪽보다 초록초록하다.

 

 

 

 

나무의자의 안락함에 취한 다른 관광객들

 

  꺄아~ 다시 봐도 저 나무의자 진짜 매력적이다. 인체공학적이기까지해서 완전 편안하다. ㅋㅋㅋ 다시 보니까 또 가고 싶다.

라이호수가 최고야~ㅋ

 

 

 

 

어느새 올라온 로트호른 전망대

 

  아쉬웠지만 라이호수를 뒤로 하고 이쪽 라인에서 가장 높은 로트호른(Rothorn) 전망대에 올라왔다. 아마 일출이 유명한 모양인데 그냥 낮에 오면 좀 삭막하다. 개인적으로 굳이 올라오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생각이다. ㅋㅋ

 

 

 

 

로트호른에서 본 핀델빙하와 몬테로사, 리스캄

 

  날이 맑아서 그런지 각도가 좋아서 그런지 고르너그라트에서 볼 때 보다 맨 왼쪽의 핀델 빙하(Findel gletscher)부터 가운데쯤 몬테로사, 오른쪽의 리스캄까지 두루 더 멋져보였다.

 

 

 

 

적당한 거리감이 더욱 더 알프스답게 느껴진다.

 

 

 

 

5개호수길 하이킹 시작

 

 

 

 

첫번째 호수인 슈텔리호수

 

  로트호른에서 한정거장 내려온 블라우헤르드(Blauherd)에서 슈텔리호수(Stellisee)까지 걸어서 2~30분이면 닿을 수 있다. 5개 호수중 가장 크고 탁 트여다. 여기도 마냥 앉아있고 싶은 곳이다. 

 

 

 

 

두번째 호수로 가는 길

 

 

 

 

나는 일반운동화를 신었는데 대략 걸을만했다.

 

 

 

 

한 30분 넘게 걸으니 두번째 호수인 그린드예 호수가 살짝 보인다.

 

 

 

 

5개호수길의 두번째 호수인 그린드예 호수(Grindjisee)

 

 

 

 

호수와 푸른 나무 너머로 보이는 마테호른

 

  이 각도의 사진을 보고 왔는데 생각보다 많이 작았다. 그래도 이 모습을 직접 찍을 수 있었다는 사실에 꽤 만족스러웠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숲이 울창해져 뭐랄까 달력 속의 멋진 배경으로 걸어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ㅋㅋ

 

 

 

 

여기서도 씩씩하게 걷고 있는 엄마

 

 

 

 

여전히 작품활동으로 뒤쳐져있는 아빠

 

 

 

 

 

네번째 호수인 무스이예호수를 발견

 

  우리가족은 5개호수길에서 세번째 호수인 그륀호수(Grünsee)는 생략했다. 처음 봤던 라이호수가 정말 평화롭고 아름답고 좋았는데 그에비해 올라와서 하이킹 중 봤던 호수들이 라이호수보다 더 좋은지 잘 모르겠는 수준이었다. 사진 욕심이 많은 나는 각각 다른 호수를 담아서 좋았는데 어쨌든 어른들 보시기에는 좀 비슷비슷하고 또 처음만 못하니까 슬슬 마무리하는게 좋겠다는 기류가 느껴졌다. ㅎㅎ 두번째 호수인 그린드예에서 그륀호수를 들러 네번째 무스이예호수까지 가면 거리가 약 4km인데 두번째에서 네번째 무스이예호수로 바로 가면 약 2km로 거리로 확 줄일 수 있어 과감히 생략하고 무스이예호수로 왔다.

 

 

 

 

독특한 빛깔의 무스이예호수

 

이 때 무스이예호수(Mosjesee) 주변이 공사중이라 좀 아쉬웠는데 이 독특한 빛깔 만큼은 기억에 남는다.

 

 

 

 

공사현장이 안보이게 담아본 무스이예호수

 

 

 

 

귀하게 만난 알프스 야생화

 

 

 

 

다섯번째 라이호수로 "다시" 가는 길

 

 

  첫번째 슈텔리호수에서 다섯번째 라이호수까지 번째 그륀호수를 빼고 총 4개의 호수를 보고 걷는데 대략 2시간정도 걸렸다. 엄마 아빠와 인터라켄 가는 기차안에서 내린 결론은 라이호수만 가도 될뻔했다는 것. ㅋㅋㅋ 물론 5개호수길이 유명한 하이킹코스이고 좋은 경험이었지만 결론은 접근성, 주변 편의시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라이호수가 단연 최고였다.

 

  내가 다닌 일정을 바탕으로 누군가에게 부모님과의 체르마트 일정관련 조언을 한다면, 첫날은 고르너그라트 전망대를 가고 둘쨋날은 오전 중에 수네가전망대와 라이호수만 보고 다른 도시로 이동하라고 권하겠다. 고르너그라트가 위엄있고 접근하기 어려운 느낌의 마테호른을 보여준다면 수네가전망대, 특히 라이호수 근처에서 보이는 마테호른은 요들송이 들리는 듯한 좀 더 전원적이고 친근한 느낌으로 상당히 다른 느낌을 주기때문에 각각 가볼만하다. 하지만 로트호른전망대에서의 마테호른은 고르너그라트에서 보이는 모습과 비슷하고 거기서 이어지는 5개호수길에 있는 호수들은 각각 아름답기는 하지만 생각보다 사이즈가 작고 서로 많이 다르지 않기때문에 5개를 다 돌아보는 것은 어른들에게 지루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나처럼 사진찍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시간과 체력이 충분하다면) 분명 매력적인 피사체들이 다분한 이 5개호수길을 걸어보라고 권하겠다. 5개호수가 비슷하기는 한데 서로 미묘하게 다른게 또 매력이기도 하다. 이 길 자체가 그냥 편한 운동화로도 충분히 소화 가능한 코스이고, 마테호른을 바라보며 걸어내려오다 호숫가에서 쉬고 하는 이 행위들이 힐링 그 자체라서 스트뤠쓰 가득한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위스로 떠난 사람에게도 권하고 싶다. 특히, 이 길은 6~9월이 베스트 시즌이라고 하니 나도 다음에 다시 간다면 9월말보다 좀 더 초록빛을 많이 볼 수 있는 기간에 세번째 그륀호수까지 포함해서 꼭 한번 더 이 길을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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