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킹

 

  스위스여행 관련 세번째로 포스팅할 곳은 레만호 주변의 라보지구와 몽트뢰다. 인터라켄에 2박 묵으면서 하루는 융프라우를 보러가기로 미리 정했고 나머지 하루를 어디로 갈까에 대해 또 폭풍검색을 했는데 좀 멀기는 하지만 인터라켄-몽트뢰 구간이 골든패스라는 관광열차 구간이라 열차타는 시간도 온전히 관광이라고 본다면 갈만하겠다 싶어서 이쪽으로 정했다.

 

 

 

 

 

라보지구 하이킹의 시작 Chexbres-Village역

 

  아침부터 인터라켄에서 출발하여 열차를 갈아타고 라보지구 하이킹을 시작하기에 좋다는 Chexbres-Village역에 내리니 오후 1시 반이었다. 골든패스라인의 열차 밖 풍경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기차 안에만 몇시간씩 앉아있는건 지루하니까, 서둘러 걷기로 했다.

 

 

 

 

레만호와 그 앞의 포도밭

 

Chexbres-Village역 바로 앞에 펼쳐진 풍경이다. 아우~ 너무 좋다~~는 엄마의 감탄사와 함께 1.8km에 달하는 포도밭 사이길 하이킹이 시작되었다.

 

 

 

 

9월말이라 아마도 포도수확중

 

  라보지구는 스위스에서 제일 큰 포도경작지라고 하는데 여기서 나는 와인도 유명한게 많다고 한다. 만화 신의 물방울을 보다 말았더니 자세히는 모르겠고 어쨌든 내가 갔을 때가 포도수확철이라 이렇게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라보지구에서도 작품활동으로 뒤쳐진 아빠

 

  공기가 정말 깨끗하고 바다라고 해도 믿을만큼 큰 호수와 호숫가를 따라 계속 이어져있는 포도밭이 그냥 그곳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무척 좋았다. 체르마트와는 전혀 다른 광경으로 색다르면서도 아름다워서 이 곳을 셋째날 코스로 선택한 나 자신을 무척 칭찬해주고 싶었다. ㅎㅎ

 

 

 

 

몽트뢰 방향

 

  여기서 몽트뢰의 끝인 시옹성까지는 약 15km정도 거리로, 호숫가를 따라 길이 쭉 이어져있어 원한다면 계속 아름다운 풍경을 따라 하이킹을 할 수도 있다.

 

 

 

 

풍성하게 익은 포도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 포도가 널려있다. 어릴 때부터 포도귀신이라는 얘기를 들었지만 와인용 포도는 그냥 먹으면 맛이 없다는 걸 보고 들은터라 그냥 정말 많이 있구나 싶었다. ㅋㅋ 가까이서 보면 알도 작고 먹어보고 싶은 욕심은 들지 않는다. ㅎㅎ

 

 

 

 

아마도 화이트와인이 되는거 같은 백포도

 

  와인은 무조건 화이트와인만 선택하는 초딩입맛이라 백포도를 보고 눈이 한번 더 갔다.

 

 

 

 

여럿이 걷기에도 충분한 포도밭 사이길

 

 

 

 

하늘과 경계가 모호한 레만호

 

  이날 날씨가 맑으면서도 물 위에 뿌옇게 무언가가 있어서 호수면과 하늘의 경계가 상당히 모호했다. 사이다 광고에 나왔던 것 처럼 어느 것이 하늘빛이고 어느 것이 물빛인가- ㅎㅎ

 

 

 

 

계단식 구조가 살짝 보이는 포도밭

 

 

 

 

호수가 너무 커서 아무리 봐도 바다같다. ㅋ

 

 

 

 

  라보지구의 포도밭이 800헥타르라고 하는데 환산해보니 242만평이다. 호오~~

 

 

 

 

때마침 지나가는 유람선

 

 

 

 

이제 슬슬 다시 마을이 다시 보이기 시작

 

 

 

 

유럽 느낌(!)의 집들

 

 

 

 

유럽 느낌의 골목길 ㅋ

 

 

 

 

유람선타기 위해 Vevey로 이동

 

  St-Saphorin역까지 약 1.8km를 걷고 몽트뢰로 돌아가는 유람선을 타기위해 Vevey역까지 이동하는 열차를 탔다. 탑승시간은 5분인데 운행간격이 60분이니 주의!

 

 

 

 

Vevey-Marché 선착장 시옹성가는 유람선 탑승장소

 

  Vevey역에서 유람선을 탈 수 있는 Vevey-Marché까지는 약 600m로 구글맵을 따라 쉽게 이동이 가능하다. 이 동네는 찰리채플린이 여생을 보낸 곳으로, 네슬레 본사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각각 찰리채플린 동상과 네스레 박물관 앞바다의 초대형 포크가 기념촬영 포인트인데, 어르신들이 많이 걸으신 상태라 걸어서 가보는 건 생략했다. 그런데 둘 다 바닷가에 있어서 유람선을 타고도 다 볼 수는 있다. ㅋㅋ

 

 

 

 

요건 선착장부근에서 찍은 사진인데, 네슬레 포크는 여기서도 보인다.

 

 

 

 

포크가 좀 선명하게 나온 사진 확대 ㅋㅋㅋ

 

 

 

 

유람선에서 본 풍경

 

  엄마는 레만호에 가보기로 했다고 일정을 알려준 뒤부터 몇번이나 '레만호에 지다'라는 작품에 대해 이야기했다. 엄마가 젊었을 때 정애리씨가 주인공으로 나온 드라마(라고 했는데 검색해보니 영화인듯-ㅋ)였는데 그 레만호에 오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는 얘기였다. 저도 어렸을 때 호돌이의 세계여행 책에서 레만호를 봤는데 이렇게 오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어머님- ㅎㅎ

 

 

 

 

시야에 분명하게 들어온 시옹성

 

  브베에서 출발한지 50분 가까이 되자 시옹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선착장에서 본 시옹성

 

  시옹성은 시인 바이런이 시옹의 죄수라는 작품을 발표하면서 유명해졌다고 하는데, 나는 시옹성에 와서 시옹의 죄수라는 작품이 있는지 알게 되었다. ㅎㅎ

 

 

 

 

프레디 머큐리 동상 근처

 

  시옹성에서 몽트뢰역까지는 약 6km로 201번 버스를 타면 환승없이 이동이 가능하다. 우리 가족은 몽트뢰를 사랑한 남자, 프레디 머큐리의 동상을 보기 위해 조금 일찍 내렸다.

 

 

 

 

여전히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프레디 머큐리

 

  엄마아빠는 서양문물에 관심이 별로 없어서 이 사람이 누군지 몰랐는데, 유튜브에서 퀸의 We will rock you와  I was born to love you를 찾아 들려드렸더니, 아~~~ 들어봤다고- ㅋㅎㅎ 여행에서 돌아온 뒤 MBC 서프라이즈에서 프레디 머큐리 관련 에피소드가 몇번 나와서 그 때 호숫가에 서있던 그 동상, 그 가수라고 다같이 반가워했던 기억이 난다. ㅋㅎㅎ 

 

 

 

 

몽트뢰역까지 이어진 산책길

 

  몽트뢰역까지는 여기서 약 500m로 호숫가를 따라 나무그늘 사이로 걷기 좋은 산책길이 놓여있다. 아이스크림을 파는 가판대가 있어 하나씩 들고 역까지 걸어갔는데 무척 좋았다. 급조한 일정치고 이날도 꽤 성공적인 하루였다.

 

 

  스위스에서의 5박일정 중 체르마트에서는 1박만 묵었는데, 다행히 도착한 날과 떠나는 날 모두 날씨가 좋았다. 첫날 고르너그라트 일정이 무척 성공적이었기때문에 여행분위기가 상당히 업된 상태여서 둘쨋날 일정에 대하여 부담을 가지고 폭풍검색을 하다가 숲과 호수가 어우러진 가운데 마테호른이 보이는 아름다운 사진을 발견했다. 마테호른의 인기 하이킹 코스라는 5개 호수길 그린드예호수의 사진이었다. 고르너그라트 근처의 리펠호수는 다소 삭막한 모습이었기때문에 뭔가 좀 더 이상에 가까운 풍경을 볼 수 있을거라는 기대 속에 수네가전망대와 로트호른전망대, 그리고 그 사이에 놓인 5개호수길 하이킹을 둘쨋날 코스로 정했다.

 

 

 

 

이제 동네에서 봐도 안어색한 마테호른

 

수네가전망대로 가는 역도 고르너그라트에 갈 때처럼 번화가에서 걸어갈 수 있다.

 

 

 

 

수네가전망대에서 본 마테호른

 

  수네가전망대는 뭐 적당히 높고 바로 옆에 규모있는 레스토랑이 있어 편리하다. 사실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아래쪽에 있는 라이호수!

 

 

 

 

라이호숫가 나무의자에 누워 작품활동에 여념이 없는 아빠와 천천히 오고 있는 엄마

 

  날씨도 좋고 주변도 아름답고 그냥 몇시간 누워만 있다 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날 코스 통틀어 엄마아빠가 가장 만족했던 곳이 바로 여기, 라이호수(Leisee)다. 

 

 

 

 

라이호수에 비친 마테호른

 

  5개호수길을 꼭대기부터 내려오면 라이호수가 다섯번째인 마지막 호수다. 어차피 다시 오게 될 곳이지만 아침에 와야 호수에 비친 마테호른의 반영을 선명히 볼 수 있다고 하길래 일부러 먼저 들렀다. 아침 특유의 조용한 분위기와 맞물려 체르마트에 있는 시간을 통틀어 가장 행복한 경험이었다.

 

 

 

 

사진 오른쪽은 수네가전망대로 가는 푸니쿨라

 

  여기를 다녀오고 우연히 꽃보다할배 재방송을 보다가 꽃할배 일행이 악천후때문에 헬기투어를 망친 에피소드의 장소가 여기라는 것을 알게 됐다. 화면 속의 라이호수는 날이 흐리고 비바람이 불어 춥고 삭막하고 살벌하기 그지없었지만, 맑은 날의 모습은 이렇게 평화롭고 아름답고 행복하다. 괜히 스위스관광청에 감정이입해서 얼마나 안타까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ㅎㅎ

 

 

 

 

수네가전망대 & 라이호수 부근은 상대적으로 낮은 지대(해발 2288m)라 그런지 윗쪽보다 초록초록하다.

 

 

 

 

나무의자의 안락함에 취한 다른 관광객들

 

  꺄아~ 다시 봐도 저 나무의자 진짜 매력적이다. 인체공학적이기까지해서 완전 편안하다. ㅋㅋㅋ 다시 보니까 또 가고 싶다.

라이호수가 최고야~ㅋ

 

 

 

 

어느새 올라온 로트호른 전망대

 

  아쉬웠지만 라이호수를 뒤로 하고 이쪽 라인에서 가장 높은 로트호른(Rothorn) 전망대에 올라왔다. 아마 일출이 유명한 모양인데 그냥 낮에 오면 좀 삭막하다. 개인적으로 굳이 올라오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생각이다. ㅋㅋ

 

 

 

 

로트호른에서 본 핀델빙하와 몬테로사, 리스캄

 

  날이 맑아서 그런지 각도가 좋아서 그런지 고르너그라트에서 볼 때 보다 맨 왼쪽의 핀델 빙하(Findel gletscher)부터 가운데쯤 몬테로사, 오른쪽의 리스캄까지 두루 더 멋져보였다.

 

 

 

 

적당한 거리감이 더욱 더 알프스답게 느껴진다.

 

 

 

 

5개호수길 하이킹 시작

 

 

 

 

첫번째 호수인 슈텔리호수

 

  로트호른에서 한정거장 내려온 블라우헤르드(Blauherd)에서 슈텔리호수(Stellisee)까지 걸어서 2~30분이면 닿을 수 있다. 5개 호수중 가장 크고 탁 트여다. 여기도 마냥 앉아있고 싶은 곳이다. 

 

 

 

 

두번째 호수로 가는 길

 

 

 

 

나는 일반운동화를 신었는데 대략 걸을만했다.

 

 

 

 

한 30분 넘게 걸으니 두번째 호수인 그린드예 호수가 살짝 보인다.

 

 

 

 

5개호수길의 두번째 호수인 그린드예 호수(Grindjisee)

 

 

 

 

호수와 푸른 나무 너머로 보이는 마테호른

 

  이 각도의 사진을 보고 왔는데 생각보다 많이 작았다. 그래도 이 모습을 직접 찍을 수 있었다는 사실에 꽤 만족스러웠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숲이 울창해져 뭐랄까 달력 속의 멋진 배경으로 걸어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ㅋㅋ

 

 

 

 

여기서도 씩씩하게 걷고 있는 엄마

 

 

 

 

여전히 작품활동으로 뒤쳐져있는 아빠

 

 

 

 

 

네번째 호수인 무스이예호수를 발견

 

  우리가족은 5개호수길에서 세번째 호수인 그륀호수(Grünsee)는 생략했다. 처음 봤던 라이호수가 정말 평화롭고 아름답고 좋았는데 그에비해 올라와서 하이킹 중 봤던 호수들이 라이호수보다 더 좋은지 잘 모르겠는 수준이었다. 사진 욕심이 많은 나는 각각 다른 호수를 담아서 좋았는데 어쨌든 어른들 보시기에는 좀 비슷비슷하고 또 처음만 못하니까 슬슬 마무리하는게 좋겠다는 기류가 느껴졌다. ㅎㅎ 두번째 호수인 그린드예에서 그륀호수를 들러 네번째 무스이예호수까지 가면 거리가 약 4km인데 두번째에서 네번째 무스이예호수로 바로 가면 약 2km로 거리로 확 줄일 수 있어 과감히 생략하고 무스이예호수로 왔다.

 

 

 

 

독특한 빛깔의 무스이예호수

 

이 때 무스이예호수(Mosjesee) 주변이 공사중이라 좀 아쉬웠는데 이 독특한 빛깔 만큼은 기억에 남는다.

 

 

 

 

공사현장이 안보이게 담아본 무스이예호수

 

 

 

 

귀하게 만난 알프스 야생화

 

 

 

 

다섯번째 라이호수로 "다시" 가는 길

 

 

  첫번째 슈텔리호수에서 다섯번째 라이호수까지 번째 그륀호수를 빼고 총 4개의 호수를 보고 걷는데 대략 2시간정도 걸렸다. 엄마 아빠와 인터라켄 가는 기차안에서 내린 결론은 라이호수만 가도 될뻔했다는 것. ㅋㅋㅋ 물론 5개호수길이 유명한 하이킹코스이고 좋은 경험이었지만 결론은 접근성, 주변 편의시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라이호수가 단연 최고였다.

 

  내가 다닌 일정을 바탕으로 누군가에게 부모님과의 체르마트 일정관련 조언을 한다면, 첫날은 고르너그라트 전망대를 가고 둘쨋날은 오전 중에 수네가전망대와 라이호수만 보고 다른 도시로 이동하라고 권하겠다. 고르너그라트가 위엄있고 접근하기 어려운 느낌의 마테호른을 보여준다면 수네가전망대, 특히 라이호수 근처에서 보이는 마테호른은 요들송이 들리는 듯한 좀 더 전원적이고 친근한 느낌으로 상당히 다른 느낌을 주기때문에 각각 가볼만하다. 하지만 로트호른전망대에서의 마테호른은 고르너그라트에서 보이는 모습과 비슷하고 거기서 이어지는 5개호수길에 있는 호수들은 각각 아름답기는 하지만 생각보다 사이즈가 작고 서로 많이 다르지 않기때문에 5개를 다 돌아보는 것은 어른들에게 지루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나처럼 사진찍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시간과 체력이 충분하다면) 분명 매력적인 피사체들이 다분한 이 5개호수길을 걸어보라고 권하겠다. 5개호수가 비슷하기는 한데 서로 미묘하게 다른게 또 매력이기도 하다. 이 길 자체가 그냥 편한 운동화로도 충분히 소화 가능한 코스이고, 마테호른을 바라보며 걸어내려오다 호숫가에서 쉬고 하는 이 행위들이 힐링 그 자체라서 스트뤠쓰 가득한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위스로 떠난 사람에게도 권하고 싶다. 특히, 이 길은 6~9월이 베스트 시즌이라고 하니 나도 다음에 다시 간다면 9월말보다 좀 더 초록빛을 많이 볼 수 있는 기간에 세번째 그륀호수까지 포함해서 꼭 한번 더 이 길을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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