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독일 크리스마스 마켓 구경 두번째로 포스팅할 도시는 브레멘이다. 내가 작년 독일 크리스마스 마켓 여행의 숙박도시를 정할 때만 해도 프랑크푸르트를 중심으로 기차 편도 1시간 남짓 거리에 있는 하이델베르크와 쾰른 정도만 다녀올 예정으로 첫 3박을 프랑크푸르트 숙박으로 정한거라 브레멘은 아예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솔직히 브레멘이 독일땅인지도 생각해본 적이 없...ㅋ). 사실 회사일로 정신없을 때라 깊게 생각 못하고 여행지에 대한 공부도 실제 독일에 도착해서 했는데 첫 일정으로 하이델베르크와 프랑크푸르트를 돌아보고 와서 저녁에 가이드북을 보다보니 어릴 때부터 동화로 익숙한 브레멘이라는 지명이 눈에 들어왔다. 짧은 정보 뿐이었는데 어쨌든 당나귀+개+고양이+닭 이렇게 4층탑을 이룬 동상의 사진을 본 순간 헉! 이거 실제로 보고 싶어!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브레멘까지는 편도로 4시간, 왕복하면 순수하게 기차에서 보내야하는 시간만 8시간(!!!)으로 너무 멀길래, 프랑크푸르트 이후 이동하는 다른 도시와의 동선도 봤지만 브레멘이 북쪽에 똑 떨어져있어서 이번 여행에서는 여기서가 아니라면 아예 (언제가 될지 모를) 다음을 기약해야하는 상황이었다. 아무래도 좀 욕심이 나서 이리저리 따져보니, 쾰른에 도착해서 1시간 뒤에 출발하는 브레멘행 기차를 타야 그럭저럭 하루 안에 프랑크푸르트로 돌아올만한 스케쥴이 나왔다. 곰곰이 아주 곰곰이 생각하다 그래도 쾰른이 더 유명하고 큰 도시니까 일단 원래대로 쾰른에 가서 대성당과 구시가를 두루 구경을 하되, 혹시나 만에 하나 생각보다 재미가 없으면 재빨리 한시간 뒤 출발하는 기차를 타고 브레멘에 가자는 일종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한 플랜B를 세웠다. 사실 이 계획을 세울 때만해도 진짜 브레멘에 가게 될 줄은... 몰랐다.

  

너무 커서 한 컷에 다 담기지 않는 쾰른 대성당

  모름지기 대성당이라 하면 보통 중앙역에서 내려 10~15분쯤 걸어야하는 구시가 깊숙한 곳에 위치하기 마련인데 쾰른대성당은 쾰른 중앙역 바로 앞에 위치하고 있어 의외로 쉬운 느낌(!)이 없지 않다. 하지만 그 규모는 실로 엄청나서 세계에서 몇번째 독일에서 몇번째로 크고 높은 성당으로 한 컷에 성당 전체의 모습을 담는 것조차 결코 쉽지 않다.

 

정면 역시 한 컷에 담기 어려움

  이 성당 우울했다.

  특히 가까이서 보면 전쟁 포화를 심하게 겪은 탓인지 검은 때가 무척 많이 탔는데 사진으로 볼 때는 포스있다고 느꼈지만 흐린 날씨에 실제 가까이서 보니 음울함이 마구마구 전해졌다.

 

미사로 꽉 찬 내부

  이 날이 일요일이라 미사가 진행중이었고 관광객까지 겹쳐 성당 내부가 사람들로 꽉 차있었다. 바깥에서 우울한 느낌을 한껏 받고 안으로 들어왔는데 사람들로 꽉 찬 내부에 미사때문에 구경도 쉽지 않아 보고 싶은 마음이 훅 떨어졌다. 동방박사의 무덤 안보면 어때 싶은 생각이 들면서 안에 더 있고싶지 않아 일단 나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현역 대성당이라 입장료가 없다보니 더 쉽게 나올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넌 나에게 우울감을 줬어

  사진 왼쪽에 크리스마스 마켓 부스가 살짝 찍혔는데 가뜩이나 침체된 내 기분에 많이 소박한 쾰른대성당 주변 크리스마스 마켓 풍경이 기름을 부었다. 이대로 쾰른 주변을 더 돌아본다고 해서 흥이 날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전날 밤에 상당히 미미한 가능성으로 염두에 두었던 플랜B를 실행하기로 했다. 브레멘 시청 앞에 있다는 브레멘 음악대 동상을 보면 왠지 이 우울한 기분이 풀어질 것 같았다. 결국 쾰른에 도착한지 1시간 만에 브레멘행 열차를 탔다.

GO GO-!!!

 

 

브레멘 시청사 가는 길에 만난 목자와 돼지들

  찾아보니 이곳이 브레멘 만남의 장소라고 한다. 목자와 돼지들 앞에서 만나! 이 귀엽고 흥겨운 거리의 조각상을 만나자마나 브레멘에 오길 잘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목자와 돼지들 일루미네이션

  앞의 목자와 돼지들 조각상이 브레멘 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고 하는데 이렇게 일루미네이션에도 당당히 들어가 있었다. 브레멘 사람들 귀여우심- ㅋ

 

브레멘 음악대 동상 가짜와 진짜를 한 컷에-

  사실 이 사진은 가게 지붕 위에 올라 앉은 브레멘 음악대 동상 모형이 반가워서 찍었는데 나중에 보니 진짜 동상이 사진 구석에 같이 찍혀 있었다. ㅋㅋ 진짜든 가짜든 다 반갑고 귀여움-

 

브레멘 음악대 동상 옆 3층탑을 이룬 관광객

    저 당나귀 개 고양이 닭의 4단 동상을 만나 반갑고 신기한 마음에 마구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저 3인조 관광객이 나타나 낑낑거리더니 저렇게 스스로 3단 대형을 만들어 기념사진을 찍었다. ㅋㅋ 주변 다른 관광객들도 Wow~하면서 같이 구경하고- ㅋ 이 주변에서 계속 관찰하다보니 저 당나귀다리를 붙잡고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이 많았는데 찾아보니 저 다리를 만지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나도 따라 만지기는 했지만 소원을 빌지 않아 무효...ㅋ

 

멋들어진 시청사 건물과 그 앞 붐비는 크리스마스 마켓

  브레멘 시청사는 디테일이 살아있으면서 다른 곳에서 본 적 없고 옛스러우면서 묘하게 당당한 느낌을 풍기는 멋진 건물이다. 이 전통이 살아있는 건물 앞에 펼쳐진 활기찬 시장과 즐거운 사람들의 모습이 바로 내가 그리던 크리스마스 마켓의 모습- 역시 브레멘에 오길 잘했어- ㅎㅎ

 

옆에서 봐도 멋있는 브레멘 시청사 건물

 

묘하게 다른 첨탑을 가지고 있는 성 페트리 대성당

  시청사 앞 마르크트광장에 옛스러움을 더하는 이 건물은 성 페트리 대성당이라는 곳이다. 관광객이 올라갈 수 있는 탑이 있지만 겨울에는 못올라가게 해서 밖에서 멀뚱히 올려다 보고만 왔다. 이 광장 전체를 내려다보면 좋을 것 같은데 많이 아쉬웠다.

 

아기자기한 가게들과 그 뒤에 눈에 띄는 초대형 트리

 

나무는 힘들겠지만 이런 초대형 트리가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층 업시켜주는 건 부인할 수가 없다.

 

  예쁘고 따뜻한 분위기가 정말 좋았던 브레멘 크리스마스 마켓

 

일요일이라 엄청 북적이는 시장

  사진에 화살표로 표시한 석상은 브레멘의 자유와 상업적 권리를 상징한다는 롤란트상이다. 1404년부터 이 광장에 있었다고 하는데 내 개인적으로 석상 자체에서 딱히 미적 가치를 찾기 어려웠지만 그에 얽힌 전통과 대표성을 고려하여 그 뒤의 시청사와 함께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고 한다. 아마도 9할은 저 멋들어시청사 덕분이지 않을까-ㅎ

 

비가 와도 시장은 계속 됨

  브레멘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춥지만 따뜻하고 아늑하고 아기자기하고 귀여웠다. 비록 꽉 찬 열차로 인해 프랑크푸르트로 돌아가는 4시간 내내 기차 칸과 칸 사이 복도에 쭈그리고 앉아 갔지만, 자칫 우울의 구렁텅이에 깊이 빠질뻔했던 내 독일여행을 양지로 올려놓은 훌륭한 선택이었다. 그리고 이후 이 도시 저 도시 흥미있는 부분만 보고 재미없으면 재빨리 떠나는 등 여러 도시 찍고 다니는 방향으로 이 여행 일정을 수정하는데 매우 큰 영향을 주었다. 예전에는 이런 메뚜기식 일정에 매우 부정적인 입장이었는데 막상 해보니 여행지에 대한 흥미 수준에 따라 이런 빡센 일정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역시 겪어봐야만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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