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톰보리

기대이상이였던 게요릿집 카니도라쿠

 

  간사이공항 도착 후 3일 내내 교토를 누비고 다니다가 3일째 밤 오사카로 넘어왔는데, 큰 불만없이 잘 따라다녀준 아빠에 대한 보상으로 아빠 취향을 저격할만한 식당을 찾아야했다. 뭔가 그럴듯한 식당에 가고싶은데 날씨가 쌀쌀해서 초밥만 먹기는 내키지 않고 우동은 이미 두번이나 먹었고ㅋ 후쿠오카였다면 모츠나베나 미즈타키를 먹으면 딱인데 오사카에서 국물요리가 잘 떠오르지 않았다. 삿포로였으면 카니혼케(삿포로의 게요릿집) 갔으면 좋을텐데 하고 생각하던 차에 도톰보리의 유명한 간판 중 하나인 대형 게모양 간판의 카니도라쿠가 떠올랐다. 평을 검색해봤더니 나쁘지 않았고 마침 호텔에서 매우 가까운 위치(약 300m)에 지점이 있어 일단 가게로 향했다. 본점은 예약없이 이용이 어렵다고 하던데 지점이라 그런지 다행히 자리가 있어 바로 들어갈 수 있었다. 

 

요즘 제철이라고 붙어있던 게 샤브 코스(출처: 카니도라쿠 홈페이지 캡쳐)

 

  메뉴판을 보니 종류가 정말 다양했는데 일단 따뜻한 국물이 있는 코스로 요즘 제철이라는 게 샤브 코스가 눈에 들어왔다. 뭐가 다른지 비교해보려고 해도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이왕이면 화끈하게 쏘자 싶어서 제일 비싼 인당 1만엔짜리 코스로 시켰다(다행히 세금 포함ㅋ). 

 

  전채요리부터 게 투성이 @.,@

  난 예전부터 여기가 완전 관광객 상대 식당이라고 생각해서 큰 기대가 없었는데 오~ 달걀찜 한입 먹어보고 선입견이 팍 깨졌다. 美味~~~ 부모님도 만족하시고 전채요리부터 분위기가 훈훈해졌다.

 

게 내장 요리

  지금 와서 메뉴를 비교해보니 요 게 내장과 게 튀김이 다른 저렴한 코스와의 차이점이었던 듯- 쪼꼬미 숟가락으로 떠먹는 요리였는데 좀 묽은 듯한 소스를 끓이면서 먹는건데 게 내장맛도 나면서 좀 더 깔끔한 맛이 나서좋았다.

 

게구이와 샤브샤브용 게다리

  게다리는 인당 4개씩 나오는데, 사진에는 각도땜에 좀 작아보이게 나왔지만 살부분만 게맛살 길이에 볼륨은 크래미 수준이라 하나만 먹어도 완전 입안이 게투성이가 된다. 나는 하나만 먹고 너무 입안이 게맛 가득한 느낌이라 아빠에게 몰아드렸는데 게 좋아하는 사람하고 별로 안좋아하는 사람하고 가면 딱 좋을듯-ㅋ 게를 재료로 활용한 요리들은 그럭저럭 맛있게 먹었는데 그냥 게다리 그대로 4개는 나에게 너무 많았다. ㅋ

이어서 게다리 튀김이 나왔는데 헉- 튀김도 게야 하다가 튀김 사진은 안찍었다-ㅋ

 

게초밥과 게국(?) 그리고 추가로 주문한 죽 1/3인분

  샤브샤브를 마무리할 때쯤 게맛이 잔뜩 우러나있는 육수가 아깝다는 엄마의 의견을 존중하여, 남은 국물에 죽을 끓여먹을 수 있는지 물었더니 코스에 포함된 게초밥을 죽으로 바꾸는게 가능하다고 했다. 이왕이면 코스로 나오는 요리는 그대로 쭉 먹고 싶어서 조금 맛만 보고 싶다고 했더니 죽을 1인분만 추가로 주문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해서 그렇게 부탁했다. 그랬더니 준비를 다 해가지고 와서는 국물에 있는 채소 등 건더기를 다 걷어내고 국물을 적당량 남겨서 쌀을 넣고 계~속 계~속 젓고 마지막에 날달걀 풀고 파 넣고 세명한테 조금씩 담아서 나눠주는데 정성이 대단했다. 1인분 추가요금 540엔이었는데 미안할 정도- ㅎ 맛은 육수가 너무 우러난 나머지 짜서 게초밥과 같이 나온 국물을 타서 먹으니 딱 좋았다. 게초밥은 걍 무난무난~ 초밥까지 게로 나오니까 사실 나같은 평범한 사람은 완전 반년은 게 쳐다보고 싶지도 않을 정도였다. ㅋ 게를 완전 사랑하는 아빠는 그저 만족만족-ㅋ

 

  마무리로 완전 마음에 들었던 말차를 끼얹은 아이스크림

  코스의 마지막 메뉴로 테이블 옆에서 직접 말차를 타서 각자의 아이스크림 위에 다소곳이 끼얹어 주었다. 그냥 무료로 주는 맛 이상(!)이어서 몹시 맛있게 먹었다. 따로 팔아도 사먹을 의향이 있을 정도-ㅎ

 

  카니도라쿠는 오사카의 해산물요리는 별로일거라는 나의 편견과 간판만 유명할 뿐 맛은 별로일 거라는 이 집에 대한 내 선입견을 모두 깨주었다. 기대치가 낮았기 때문일수도 있는데 어쨌든 이번 저녁식사는 5일 일정중 가장 큰 예산이 들어간 끼니였는데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아빠를 위한 저녁식사였는데 게를 완전 사랑하는 아빠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아서 더 기분이 좋기도 했다. 꼭 홋카이도가 아니더라도 게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가볼만한 식당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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